수련회 기행- 정유진 전도사(유년부)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
한 없이 들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표정과는 달리 제 마음은 2박 3일간의 여정이 걱정되기도 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분주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난 탓인지 버스에서 모두 곯아떨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려, 모두 안전하게 대관령에 도착합니다. 모두 숙소에 짐을 풀고, 예배를 드리러 강당에 자리를 잡고는 우리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어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네요. “마지막 날에 내가 나의 영으로 ~ ” 예배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은 저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 아이들이 말씀에 집중하고 찬양에 온 몸을 던집니다. 다시 한번 숨을 고릅니다.

“옥수수 따러 가자!! ”
드디어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다 함께 버스에 올라타 옥수수 따는 곳으로 가 우리는 빛의 속도로 옥수수를 5개씩 땁니다. 사실 아쉬운 마음에 6-7개씩 땄지요. 또 우리는 그 옥수수를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열심히 껍질을 벗기고는, 기다리고 고대하던 맛난 삼겹살 파티에 참여합니다. 와우!! 역시 우리 아이들, 삼겹살도 빛의 속도로 먹어치웁니다. 하지만 놀고 싶은 마음에 대충 먹어치우고 숙소로 올라가는 우리 아이들을 아시는 선생님들이 고기만 가득 담아 숙소로 올라가십니다. 그리고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입에 넣어주듯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십니다.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그렇게 맛난 고기를 먹은 힘으로 기관별 찬양대회에 참여합니다. 각 기관의 성격에 맞게 다들 열심히 준비했네요. 우리 아이들 열심히 하긴 했는데 부서 이름이 호명되지 않네요. “유년부!! 유년부!! ” 열심히 외치는 아가들!! 상 받지 못하면 맛난 간식으로 그 마음을 보상해 주려 했는데 아이들의 외침대로 유년부가 1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번 한시름 놓고, 맘껏 기뻐하는 아이들과 함께 그 마음을 나눕니다.

벌써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비누만들기’를 하려 인근 초등학교에 갑니다. 사실 비누 만들기도 좋았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화단을 함께 거니는 그 기분이 꽤 괜찮습니다. 혜인이와 손을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혜인아, 어제 아빠 찬양대회 때 너무 잘 하시던데?” 혜인이 왈 “근데요. 전도사님, 우리 아빠 창피해 죽겠어요.” 해맑게 웃으며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혜인이 덕에 또 한바탕 웃게 됩니다. 마음까지 향기롭게 하는 비누를 하나씩 들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하던 우리 아이들의 최고의 시간!! 물놀이 시간입니다. 여전히 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심지어 빗줄기가 굵어지기도 합니다. ‘으~ 낭패다!!’ 교역자들과 물놀이 대체 프로그램을 상의하고 숙소로 올라왔는데 우리 아이들 벌써 수영복 착용 완료!! ‘요놈들을 어찌할꼬!!’ 먼저 물놀이를 한 초등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다지 춥지 않았다는 말에 위로를 삼고 다 함께 차디찬 수영장 물에 입수!! 우리 아이들 입술이 시퍼래지고,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도 재밌다고 난리입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신나게 놀고 숙소에 올라가니 뜨끈뜨끈한 감자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자와 함께 보일러를 살짝 올린 따뜻한 방에서 영화를 보며 우리는 깊은 수면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그렇게 달콤한 휴식을 갖은 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우리 모두는 함께 저녁 예배를 드리러 내려갑니다.

수련회 기간 밥도 제대로 않 먹고, 잠도 잘 자지 않던 녀석이 저를 찾아 무릎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꾸벅꾸벅 잠이 든 것도 모자라 침 까지 흘리며 잡니다. ‘귀여운 녀석!!’ 다 큰 녀석을 무릎에 누이고, 함께 찬양을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울컥합니다. 그리고 기도가 나옵니다. ‘주님, 제 무릎에 있는 이 아이를 축복해 주세요. 주님께서 희망이 되어주시고, 빛이 되어 주세요.’ 자고 있는 아이였지만 예배 내내 그 아이와 하나님과 마음을 나눴습니다. 그 순간 이 수련회의 의미가 저에게 다가옵니다. 1주일에 한 번 보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함께 시간을 갖기 어려운 교회 어른들,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마음을 나눴던 기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이 빠질 만큼 재밌는 수련회는 아니지만 같이 밥 먹고, 같이 예배드리고, 같이 살을 부비고, 같이 마음을 나누는 이 곳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주님 안에 한 가족의 모습이란 걸 이 아이가 무릎에 앉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온 가족이 함께 부르던 찬양이 주님의 음성으로 들립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주가 하나님 됨 알지어다.”

물 흐르듯이 흐르던 이 수련회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 잠잠히 기다리고 따라갈 때 주가 일하시고, 그 가운데 우리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릴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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