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기행- 고호재 목사

은혜를 발견하는 여행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방울은 주일 밤늦게까지 멈추지 않았다.
선발대가 출발하기 위해 차에 짐을 꾸리는 그 시간도, 출발 전 저녁식사를 하는 그 시간도, 그리고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던 그 시간도, 심지어는 숙소에 도착한 그 시간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비 때문이었을까? 이번 수련회 기간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이 날씨를 준비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은혜는 어떤 것일까?’였다.

8월 1일 드디어 수련회가 시작되는 날이다. 오전에 날씨가 개인 듯 싶었다. 밤늦게 도착한 선발대는 이미 12시를 넘긴 시간에 가져간 짐에 손도대지 못했고,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짐을 풀기 시작했다. 짐을 풀며 마음속으로 ‘어제처럼 비가 내리면 일하기 참 힘들었을 텐데’하는 생각을 되뇌었다.
짐을 풀고, 집회를 위한 장비를 설치하고, 전체 행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이우양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혀 막히지 않습니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이것인가보다. 3,4일을 남겨놓고 계속해서 비를 퍼붓던 날씨가 우리에게 알게 하려했던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
애초 7, 8시간을 소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길을 평상시와 같이 오게 된 것이다. 어르신들이 먼 길을 어떻게 오시려나 걱정했던 마음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마음과 몸은 더욱 분주해졌다. 모두 오셨는데, 선발대가 준비를 못해서 행사가 어긋날 판이었다. 다행스럽게 시간에 늦지 않게 모든 행사준비를 마치고 가족을 맞았다. 놀랍다! 이제 그만 오려나 했던 비가 모든 준비를 마치니 다시 오기 시작했다.

한편, 오는 길이 어렵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당연히 도착과 수련회 시작을 알리는 첫 집회도 그 밝은 생기를 머금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안,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에 마음을 적시고 오늘도 그분을 믿는 믿음의 공동체에 동행하심의 은혜를 베푸시고 모든 삶의 여정을 주관하시는 그분의 행사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내가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행사가 진행되는 거의 모든 시간들을 멈추지 않고 내렸다. 그건 행사를 통해 더욱 하나님과 하나 되게 하심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는 비가 되어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전해지는 놀라운 은혜임을 깨닫는 것만 남아 있었다. 향산의 형제자매 모두가 비로내린 하나님의 은혜를 풍성히 누리고 왔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의 은혜는 멀리 있지 않았다. 내가 조금 다른 눈으로,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내 주위에는 항상 그분의 은혜가 있었다.

‘진정 무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던 소설가 마르쉘 프루스트의 말이 생각나는 시간들이었다.

– 고호재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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